[수첩] '아플 때 걱정 없는 나라'…말이 아닌 재정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6-16 06:00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난 윤석열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걱정 없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 이것이 의료개혁을 하는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윤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개혁은 의료 격차 해소를 담고 있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격차를 줄이지는 못 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집을 통해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려내겠다"며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 의료 격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인구의 수도권 유출이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의료 수요 자체가 감소하면서 병원 등 의료기관이 유지되기 어렵다. 이는 다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의료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단순히 의료 인프라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지방에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은 필요조건일 뿐 근본적으로는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경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경상국립대 정백근 교수는 정부의 투자 방향을 비교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47년까지 민간 자본 622조원을 투입하고 정부도 반도체 산업에 2027년까지 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반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간 10조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규모 자체가 비교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소재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집중적인 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인구 유입을 견인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의료 수요를 늘리고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도권 중심의 투자정책은 지방의 젊은 인구를 흡수하면서 지역 의료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이 지역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여의치 않다면 공공의료 확대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른 형태의 실질적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말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공약이 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이라는 실질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가 진정한 국정 과제라면 그에 걸맞은 정책 의지와 재정 투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디에서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말은 그저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보기

여야 국회의원들, 이재명 보건의료 공약…이행력 확보 한목소리

여야 국회의원들, 이재명 보건의료 공약…이행력 확보 한목소리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보건의료 공약들이 국정과제로 반영돼 실제로 이행력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의정갈등을 해결해 의료정상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이 임박하면서 기존 공약은 물론 공약에 담기지 못한 핵심 과제들까지 빠짐없이 정책과제로 반영돼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 토론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

지역의료 위축…국가 책무성 강화한 반시장적 접근 필요

지역의료 위축…국가 책무성 강화한 반시장적 접근 필요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역 의료 위축의 근본 원인이 시장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과 반시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지역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일반 예산과 기금을 활용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와 공공의료 인력도 정부가 직접 양성·배치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지역 공공병원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전문가 연속 간담회(4차)에서 정백근 경상국립의대 예방의학교실

"수련엔 설계도, 지역의료엔 현실 필요"‥의학회, 해법 제시

"수련엔 설계도, 지역의료엔 현실 필요"‥의학회, 해법 제시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대생·전공의 공백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공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현장에선 더 늦기 전에 정책적 브레이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의학회는 학술대회를 통해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오는 13일 열리는 '2025년 대한의학회 학술대회'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9일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의학회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