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생존자 심근경색·뇌졸중 발병, 코로나19 전후로 달라져

서울성모병원 신현영·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 연구팀
빅데이터 기반 팬데믹 특수상황 활용, 초미세먼지 심혈관질환 상관성 증명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6 16:33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서울대 의생명과학과 이혁종 연구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초미세먼지(PM2.5) 노출이 암 생존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첫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거리두기 시행 기간에는 이러한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타나, 생활 속 환경 관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서울대학교 의생명과학과 이혁종 연구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교신저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 생존자 3만9581명의 건강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암 진단을 받고 최소 3년 이상 생존한 환자 중, 2015년 이후 새롭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진단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시간-교차 연구 설계를 적용했다. 기온, 강수량, 오존 등 기후·환경 요인을 보정해, 초미세먼지 단기 노출의 영향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전 시기(거리두기 시행 전)에는 초미세먼지 노출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PM2.5의 일평균 농도가 10μg/m³ 증가할 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약 3% 상승했고, 최고 노출군(평균 44.99μg/m³ 이상)에서는 약 9%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심근경색이 10%, 허혈성 뇌졸중이 11% 상승해, 초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반면 2020년 3월 22일 거리두기 조치 이후에는 이러한 연관성이 사라졌다. 고농도 PM2.5 노출군에서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실질적 노출 효과는 무시 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팬데믹 당시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외출 자제 등 생활 방식의 변화가 대기오염 노출을 줄인 데 더해, 교통량·공장 가동률 감소로 인해 초미세먼지 자체의 농도도 낮아진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암 생존자라는 면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노출과 심혈관질환 간의 상관성을 팬데믹 전후로 비교 분석한 국내외 첫 사례다. WHO가 PM2.5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이후, 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노출의 정량적 분석도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는 건강보험공단의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개인 내 시간대별 노출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교란변수를 최소화했다. 자연실험과 유사한 팬데믹 시기를 활용한 설계는 연구의 정밀성과 차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박상민 교수는 "암 생존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집단이므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생활 속 실천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현영 교수는 "미세먼지 흡입은 장내 미생물 변화, 폐 및 전신 염증 반응, 혈관내피기능 장애로 이어져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며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는 일상환경과 밀접히 연관되므로 주치의 기반 암건강 클리닉 같은 통합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혁종 연구원은 "거리두기 전후를 비교한 이번 연구는 시간-계층 교차 설계를 통해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보건 분야의 국제학술지 Atmospheric Pollutio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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