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아스트라제네카가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ASCO 2025)'에서 항암 치료제 분야의 리더다운 면모를 재차 드러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ASCO 2025'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초록 82건 포스터 43건, 구두발표 19건, 플래너리 세션 2건, 특별 LBA 세션 1건 발표를 통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ASCO 2025'에서 "10년 후에는 많은 암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치료 모달리티와 조기 진단 기술, 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암 치료의 완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5년간 'ASCO 플래너리 세션'에서 가장 많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제약사"라고 강조하며, 이는 자사의 과학적 역량과 업계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또한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접합체, 세포 및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연구 플랫폼을 통해 암을 넘어 비만, 대사질환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과학에 기반한 혁신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ASCO 2025에서 공개한 기업 자료에서 기존 항암 포트폴리오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 '임핀지(더발루맙)',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칼퀸스(아칼라브루티닙)' 등에 더해 다양한 분야의 신물질신약(NME) 출시를 이어가며 2030년까지 총 매출 800억달러(108조24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총 매출 541억달러(73조2893억원)를 기록한 것 대비 약 48%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아스트라제네카가 향후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암 치료 분야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새로운 ADC 및 방사성 치료체로 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의 중추 교체 ▲새로운 IO(Immuno-Oncology) ▲세포 치료 및 T세포 관여제를 통한 암종 구분 없이 접근 가능한 치료법 ▲새로운 ADC, 방사성 치료제, 차세대 IO조합을 통한 치료법 혁신 ▲새로운 보조제 병용요법을 통한 장기적인 결과 개선 등의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이번 ASCO 2025에서도 많은 고무적인 성과들을 발표하며, 암 치료제 분야를 리드하는 제약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ASCO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소세포폐암, 비소세포폐암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많이 발표했는데, 올해는 유방암과 소화기암 등에서 패러다임 스위치가 가능한 연구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 치료제 연구의 확장성과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DESTINY-Breast09, ASCO 2025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측에 따르면, 유방암 분야에서 엔허투(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병용요법 임상 3상 연구인 'DESTINY-Breast09(이하 DB-09)'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HER2 표적 DXd 기반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으로 개발 및 상업화하고 있다.
엔허투는 앞서 진행된 DESTINY-Breast03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로서 현재 80개국 이상에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으며, 각종 병용요법 효과 및 치료 확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그 중 ASCO 2025에서 특별 구두 발표 세션을 통해 공개된 DB-09 연구 결과에 따르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이 기존의 탁산+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병용요법(이하 THP 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은 THP 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켰다. 눈가림된 독립 중앙 검토(BICR) 기준,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에서 40.7개월, THP요법 투여군에서 26.9개월로 나타났다.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에서의 PFS 이점은 새로 진단된 질환 또는 재발성 질환, 호르몬 수용체 상태, PIK3CA 돌연변이 여부 등 사전 설정된 분류 기준 요인 전반에 걸쳐 하위 집단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DB-09 임상 핵심 연구자로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DESTINY-Breast09 연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엔허투와 퍼투주맙 병용요법이 기존 THP 요법 대비 매우 유의미한 PFS 개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내장 전이, 뇌전이, 또는 PIK3CA 돌연변이를 동반한 고위험 환자군에서도 일관되게 긍정적인 치료 효과가 관찰된 점은, 해당 병용요법이 다양한 환자군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면서 "다만, 향후 전체 생존율(OS) 등을 포함한 장기적 지표에 대한 후속 분석과 함께, 장기간 엔허투 기반 병용요법이 탁산 중단 후 HP 유지요법과 비교해 갖는 안전성에 대한 평가도 추가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 평가 기준에서도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은 mPFS가 40.7개월로, THP 요법 투여군의 20.7개월 대비 유의미하게 연장됐다.
객관적 반응률(ORR) 또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이 85.1%로, THP 요법 투여군 78.6%보다 높았다. 완전관해(CRs) 사례는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에서 58건, THP요법 투여군에서 33건이 보고됐으며, 반응지속기간 중앙값(DOR)은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에서 39.2개월로 3년을 초과한 반면, THP 요법 투여군은 26.4개월로 확인됐다.
전체생존기간(OS)은 데이터 컷오프 시점 기준으로 16%의 성숙도에 불과해 아직 확정적인 분석은 어려우나, 중간 분석 결과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이 THP 요법 대비 우월한 초기 경향을 보였다.
임상의 책임연구자인 다나 파버 암연구소 유방암센터장인 사라 톨라니(Sara Tolaney) 박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표준 1차 치료를 시작한 후 약 2년 내에 질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DB-09 연구에서 PFS 3년을 넘긴 것은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과 퍼투주맙 병용요법이 새로운 1차 치료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수잔 갤브레이스(Susan Galbraith) 아스트라제네카 항암·혈액암 연구개발 수석 부사장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엔허투를 보다 초기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환자에게 중요한 진전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엔허투와 퍼투주맙 병용요법이 표준 치료 대비 질병 진행을 상당히 늦췄고, 영상상 질병 소견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이 조합이 강력한 치료 반응을 나타냈다는 증명이다.
이에 갤브레이스 수석 부사장은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약 3분의 1이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전이성 질환이 진단된 즉시 강력한 치료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켄 다케시타(Ken Takeshita) 다이이찌산쿄 글로벌 연구개발 총괄 또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엔허투는 특히 이번 DB-09 연구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HER2 양성 환자 전반에서 1차 치료 시 기존 THP 요법 대비 향상된 치료 성과를 확인한 것"이라며 "전이 진단 시점에서부터 엔허투와 퍼투주맙 병용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병의 진행 지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임상적 패러다임, SERENA-6
아스트라제네카는 ASCO 2025에서 '카미제스트란트(camizestrant)'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인 'SERENA-6'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이 연구는 카미제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팔보시클립, 리보시클립 또는 아베마시클립)의 병용요법에 대한 3상 임상시험으로, 연구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PFS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임상시험은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HER2 음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 도중 ESR1 돌연변이가 새롭게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 치료인 아로마타제 억제제(AI, 아나스트로졸 또는 레트로졸)와 CDK4/6 억제제 병용 요법 유지와 카미제스트란트 병용 요법 전환을 비교해 평가했다.
카미제스트란트 병용요법은 표준 치료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6% 감소시켰다. 카미제스트란트 병용군의 mPFS는 16.0개월로, 표준 치료군의 9.2개월보다 유의하게 길었으며, 특히 연령, 인종, 지역, ESR1 돌연변이 발견 시점 및 유형 등 다양한 하위군에서도 일관된 PFS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환자의 삶의 질 악화 시점도 유의미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색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카미제스트란트 병용요법은 아로마타제 억제제(AI) 병용요법 대비 전반적인 건강상태 및 삶의 질(global health status/QOL) 악화 위험을 47% 감소시켰다.
전반적 건강상태 악화까지의 중앙 시간은 카미제스트란트 병용군에서 23.0개월, AI 병용군에서 6.4개월로 나타났으며(EORTC QLQ-C30 기준), 통증 악화까지의 시간 또한 카미제스트란트 병용요법에서 더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중간 분석 시점에서는 첫 치료 후 질병 진행까지의 기간(PFS2)과 전체 생존율(OS) 등 주요 2차 평가변수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으며, 카미제스트란트 병용요법은 PFS2 기준으로 치료 효과가 연장되는 경향을 보였다. 본 임상시험은 향후 OS, PFS2 및 기타 주요 2차 지표에 대한 평가를 지속할 예정이다.
SERENA-6 임상시험에서 카미제스트란트 병용요법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각 약제의 보고된 안전성 특성과 일관된 수준이었으며, 새로운 안전성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
SERENA-6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FDA는 카미제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에 대해 1차 내분비 기반 치료 중 ESR1 돌연변이가 발생한 HR 양성, HER2 음성의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를 위한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했다.
SERENA-6 임상시험 공동 책임연구자인 영국 런던 암연구소 및 로열 마스든 병원의 분자종양학 교수인 니콜라스 터너(Nicholas Turner) 박사는 "이번 결과는 유방암 치료 분야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며 "HR 양성 유방암에서 약물 내성에 대한 기존 인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ERENA-6 임상시험을 통해 ESR1 돌연변이가 발생한 이후, 기존 CDK4/6 억제제 와 AI 병용 치료에서 카미제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으로 전환했을 때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절반 이상 감소하고, 삶의 질 악화 시점이 약 18개월 지연되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와 같은 선제적 접근은 질병이 진행되기 전, 그리고 삶의 질이 저하되기 전에 내성을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1차 치료의 효과를 연장하고 환자 예후를 최적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암 치료 전략의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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