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법인화, 왜 필요한가…'의사 중심 법인' 대안 모색

의료정책연구원 "현행 제도, 개인 개설 편중"‥법인화로 공공성·지속성 확보
해외는 법인화 통해 공익적 기능 강화…한국은 법인 개설 극히 적어
'의사만 설립 주체'로 한정한 의료 전문 법인 구상…공공성·투명성 균형 추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18 11:5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종합병원과 병원의 구조 전환, 공유 인력 운영, 지역 내 진료협력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지역의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 의료기관의 대다수는 의사가 직접 개설한 개인사업자 형태다. 이는 의료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 확보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으며, 의료기관의 법인화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 방식이 개인 개원의에 과도하게 의존돼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의료기관 법인화 현황과 시사점'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보고서는 현행 법제도와 행정 체계가 의사 설립 의료기관의 법인화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인화 허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법인화의 효과로 ▲의료 공공성 강화 ▲의사의 과도한 책임 부담 완화 ▲환자의 진료 선택권 확대 ▲지역 의료공급 안정성 제고 등을 들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법인의 비영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법인화=영리병원'이라는 오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국내 의료기관의 법인화가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은 의료법인이 사실상 비의료인에게만 허용돼 왔고, 의사에게는 선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의료기관의 법인화를 법적으로 허용하면서도 공공재적 성격을 병행 관리하고 있으며, 단순한 법인화가 아닌 의료체계 내 공익적 기능 수행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법인화의 장단점도 함께 짚었다. 현행 의료법과 판례상 의료법인은 재산 출연을 요건으로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만 허용되고 있어 초기 자본금 부담이 크고, 설립 절차 또한 복잡하다. 여기에 설립 이후에도 소관 부처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구조는 법인화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법인은 대표자의 사망이나 은퇴와 무관하게 병원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경영 안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조세 측면에서도 개인사업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으며, 수익을 인력·시설 확충이나 연구개발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비영리성과 공익 목적이라는 법인 고유의 성격상 수익 배분에는 제약이 있으며, 회계에 대한 외부 감시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보고서는 법인화가 의료 공공성과 맞물려 설계될 경우,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의료 접근성 강화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다학제 협진, 지자체 연계 사업, 지역사회 기반 의료 강화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수익구조가 단순한 의원의 경우 법인 유지 비용이 부담될 수 있으나, 세제 혜택이나 수가 조정 등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2차 의료기관 역시 법인화의 필요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전문과 운영, 고가 장비 투자, 인증제도 대응, 연구·교육 기능 강화 등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법인화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병원 비중이 높은 부산과 광주처럼 지역 내 병원 자산이 집중된 경우, 법인화를 통해 자산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분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한국 실정에 맞는 새로운 의료법인 모델로 '의료 전문 법인'을 제안했다. 이는 의료기관의 공공성 보완과 의료서비스 전문성·효율성 제고, 자산 보호 및 조세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의료 전문 법인은 의사 1인 또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해 설립 주체를 명확히 하되, 비영리 사단 또는 재단법인의 형태로 자산 귀속을 제한한다. 자산 상속 및 양도는 가능하되, 비의료인의 이사회 의결권은 제한되며, 이사회는 원칙적으로 의사로 구성하되 전문 경영인 도입도 허용된다.

조세 체계는 배당금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성과에 따른 일정한 보상을 허용해 지역 법인 및 의사 유입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일본의 비영리 구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독일·캐나다처럼 일정 부분 수익성을 보장해 투자의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의료 취약지역의 경우 법인 수익은 의료 및 관련 업무에 재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법인세·지방세 감면과 의료인 이주 시 소득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병행해 법인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독 체계는 보건복지부와 광역 지자체가 병원과 법인을 관리하며 면허는 의사 법정단체가, 회계는 외부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이는 일본 지자체, 독일 소재지 관청, 캐나다 보건 전문직 규제기관의 감독 모델을 참조한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진이 제안한 의료 전문 법인은 의료기관 법인화를 지원하고 의료인의 지역 유인을 높여 지역 의료서비스 및 지역경제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설립 주체를 의사로 한정해 비의료인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재산권 행사를 인정한 점이 핵심적 특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개원가 독립적 위상 확립 위한 법인화, 본격적 속도낸다"

"개원가 독립적 위상 확립 위한 법인화, 본격적 속도낸다"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이지, 개원가만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는 당연한 명제이지만, 매년 진행되는 수가협상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신해 의협이 참석하며, 각종 정책에서도 개원가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는 등 현실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원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력한 법정단체가 없다는 점 때문. 따라서 그동안 대개협은 전임 노만희 회장과 그 이전 김일중 회장 시기부터인 10년 전부터 법인

대개협 법인화, 가정의학·정형외과 이어 내과도 '불참'

대개협 법인화, 가정의학·정형외과 이어 내과도 '불참'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 이하 대개협)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개원가 중 가장 큰 포션을 가진 내과계가 불참을 선언했다. 가정의학과와 정형외과에 이어 개원내과가 '반대' 입장을 견지했지만, 대개협은 17개과가 찬성 입장인 만큼 예정대로 법인화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김종웅 회장은 지난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 찬반 결과, 대의원 70명 모두 반대해 대개협 법인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결국

"정책은 분석에서 시작"‥안덕선 원장이 짚은 의정연의 역할

"정책은 분석에서 시작"‥안덕선 원장이 짚은 의정연의 역할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정책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 현안부터 제도 개혁까지 축적된 연구 성과는 정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고, 학술적 성과 역시 세계적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료정책연구원은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축적된 분석을 통해 방향을 설계하는 조직"이라며, 의정연과 정책 현장의 연결 구조를 소개했다. ◆ 의정연의 성과, 데이터와 근거로 승부 의정연은 그간 다양한 연구 성과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

의정연 '업무 개시 명령' 연구, 독일 최고 의료법 저널 등재

의정연 '업무 개시 명령' 연구, 독일 최고 의료법 저널 등재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이 독일 최고 권위의 의료법학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한국 정부의 반복적인 업무개시명령과 의사에 대한 강제 근로 조치의 위헌성을 법리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업무 개시 명령과 근로 강제: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을 중심으로(Dienstaufnahmebefehle und Arbeitszwang für Ärzte in Südkorea: Be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