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납업체 갑질 끝장 보자"…의료기기 유통 개선 한목소리

김선민 의원, 불공정계약 관행 막는 의료기기법 개정안 발의
업계 "계약서 한 장·담보 없이 계약 관행…국회 통과해야"
정부, 유통구조 개선 공감…이해관계자 간 사전 협의 필요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8-30 05:58

(왼쪽부터)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성민 유통구조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고재용 부장, 율촌 채주엽 변호사,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 임연수 조사관,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 사진 = 최성훈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의료기기 유통에서 고질병이 돼버린 간접납품업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간납업체로 인해 의료기기 업계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불공정 관행은 의료기기 기업 혁신 의지와 산업 발전까지 가로막아 국민이 받는 의료 서비스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제언이다. 

이를 위해선 대금결제 기한, 표준계약서 의무화 등을 담은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정안, 특수관계인 제한·대금결재 기한 등 명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계·학계·산업계 토론 패널들은 이같이 밝혔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시장 규모(2024년) 10조5000억원,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음에도, 유통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기관 구매를 대행하는 간납업체의 독점적 구조와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인해 건강보험 치료재료 청구금액 약 6조원 중 간납업체가 제시하는 할인율 약 6~7%인 연 3500억원 이상을 의료기기 업계가 떠안는 구조다.

이를 막고자 토론회를 주최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 ▲대금결제 기한 명시 ▲표준계약서 의무화 등을 명시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병원설립재단 및 학교법인이 간납업체를 직접 소유하거나 병원장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납업체를 방패삼아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이른바 ‘갑질’을 원천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또 대금결제 기한을 약사법이 정하는 180일과 동일하게 적용해 재정손실을 최소화하게 했다.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 조항까지 도입해 그간 업계 관행이 된 구두계약이나 불공정한 계약 사례 역시 근절하겠다는 게 발의 취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성민 유통구조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 최성훈 기자. 
"위메프 사태 땐, 70일 대금 지급도 문제됐는데…"

산업계에서는 이번에야 말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간납업체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사실상 없음에도, 그 부담은 온전히 의료기기 업체로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성민 유통구조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약업계는 약사법에 근거해 대금결제 기한이 6개월이지만, 간납업체는 그 기준에 맞추려면 수수료를 15%에 맞춰야 된다고 하더라"면서 "계약서 한 장, 담보 하나 없이 진행하는 불공정 거래를 이젠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위메프 사태 때 회사 대금결제 기한이 70일이어서 논란이 됐다. 네이버는 대금결제 기한이 3일 이내인데 위메프는 왜 70일이냐고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면서 "반면, 우리는 1년 뒤에 대금결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웃픈 현실이다. 법 제정을 통해 불공정 거래 관행을 막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고재용 부장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94%가 연매출 80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소기업임에도, 과도한 대금결제 기한은 코로나19와 의정사태 장기화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업체들은 그럼에도 (특수관계자 간납업체의) 요구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행태는 일반 간납업체에게도 전가되고 있어, 이 시점에서 법적 근거 마련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법안 발의에 환영하지만, 일정 부분은 세밀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주엽 율촌 변호사는 "간납업체가 제때 거래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조항을 마련한 건 지극히 상식적"이라면서도 "의약품 계약 상대자는 의약품 도매상 및 공급업자, 품목허가권자이지만, 의료기기 계약 당사자는 의료기관 개설자와 제조업자·판매 또는 임대업자 등 다양하다. 약사법처럼 지급 기한 90일을 단순화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표준계약서 의무 작성 조항과 관련해서도 "의료기기는 장비가 있고 용구도 있어 다양한 의료기기 업체가 혼재한다"면서 "복지부와 공정위가 표준계약서를 제품 특성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만든다면, 입법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법인 율촌 채주엽 변호사. 사진 = 최성훈 기자. 
政 "저항 있을 수 있어"…신중 접근 강조 

정부 역시 국내 의료기기 유통구조 문제에 공감했다. 다만 이해당사자 간 저항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단계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은 "의료기관 입장에선 어떤 저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나아가겠다"며 "관련 실태 조사를 실시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처 간의 협업도 중요한데 판매업자는 식약처에서 담당하지만, 도매상은 또 복지부 소관이고, 표준계약서는 공정위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식약처, 공정위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또한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안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 임연수 조사관은 "이전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해관계자들이 반대 의견을 제기해 입법이 되지 않았다"면서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서 유통 구조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간납업체 및 의료기관들은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자 기존보다 더욱 음성적인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거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의료기기 거래 현황 및 불공정거래 경험 등에 관한 실태 조사를 추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향후 의료기기 표준계약서 재개정 논의가 될 때, 공정위도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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