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약이 아니라 '정책'‥의료계, '어떻게'에 주목

공공의대·의료사관학교·공론화위, 본격 실행 수순
의협 "거버넌스부터 재설계해야"‥의대 신설엔 여전히 신중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05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의료계는 축하 인사와 함께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는 복합적 분위기를 보였다.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사관학교 운영, 국민 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신설 등 대선 기간 제시된 보건의료 공약들이 이제 '정책'으로 전환된 만큼, 의료계는 그 실행 방식과 구조적 설계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가장 먼저 정책 결정의 틀, 즉 거버넌스 체계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지금까진 공약이고 오늘부턴 정책이다. 정책이 실행되려면 많은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의협은 꾸준히 거버넌스에 대해 말해왔다"고 밝혔다.

의협은 단순히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누가, 어떤 구조에서,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반복된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의료현장 전문가 중심의 결정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의협은 보건의료 정책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돼야 하지만, 현재의 보건복지부 체계는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해 왔다. 따라서 정책 설계부터 집행까지 일관된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전문 부처인 '보건부'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방향성에는 의료계도 공감하지만, 그 수단이 의대 신설로 단선화되는 것에는 여전히 우려가 크다. 특히 서남의대는 부속병원과 교수진 등 핵심 교육 인프라를 끝내 확보하지 못하면서 폐교에 이르렀다. 설립 초기부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김 대변인은 "지금 40개 의과대학 및 의전원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새 학교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부속병원과 교육 인프라를 포함한 복합적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며 "자칫하면 서남의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정원 안에서의 재배분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며 "공공의대든 사립이든 의대 신설은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구성 예정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역시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 중장기 조정 체계다. 2027년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가는 이 위원회가 의료인력 정책의 조정 장치로 작동하기 위해선 실행 과정부터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의료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인 '국민 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에 대해서도 의협은 형식보다 구조적 균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시각을 내놨다. 위원회는 의료인, 전문가, 환자, 시민 대표가 모두 참여해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환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전문가 중심 참여를 주장해온 의협이 이 위원회에 반발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절차적 균형이 전제된다면 협력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건 어떤 정책이든 나쁘지 않다.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고 수요자 입장도 중요하다"면서 "다만 수요자 입장만 반영되는 구조라면 결국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심원 제도를 채택한 국가처럼 참여자 구성 과정에 균형 장치를 둔다면, 의협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는 의대생·전공의 복귀나 필수의료 공백 등 직접적인 의료 현안이 언급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이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결국 '신뢰 회복'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의 대한민국 의정사태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의대생, 사직한 전공의들의 결단도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취임식에서 의료 이야기가 빠진 데 대해서는 "대통령 입장에서 불가피했을 수 있다"고 이해를 표하면서도, "경제든 사회든 국민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새 정부가 의료 현안 해결을 숙고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의협은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한 논의에 열린 태도로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대변인은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모든 걸 좌우할 것"이라며 "부디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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